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 20년이 지나, 내가 56세가 되었을 때
바리스타라는 이 직업은
여전히 내 삶의 한가운데에 남아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이 질문은
처음부터 희망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막연함과 두려움이 먼저 온다.
그때에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아직도 현역일 수 있을까.
아니면 이미 시간에 밀려난 사람이 되어 있을까.
이 두려움은 이 일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생기지 않는다.
지금 이 일을 진짜 직업으로
붙들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20년 뒤에도 바리스타는 남아 있을까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바리스타 대부분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커피를 정확하게 추출하는 일
레시피를 반복해 재현하는 일
오퍼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
이 영역은 기술이 이미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20년 뒤에는 ‘커피를 잘 내리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업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 사실을 외면한 채 낙관만 말하는 것은 오히려 잔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리스타라는 이름은 남는다
사라지는 것은 직무다.
하지만 남는 것은 역할이다.
20년 뒤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자동화되어 있을 것이다.
정보는 넘치고, 선택은 더 쉬워지지만,
사람들은 더 피곤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때 가장 희소해지는 것은 신뢰 가능한 인간 접점이다.
사람의 상태를 읽어주는 사람
공간의 긴장을 조율해주는 사람
말보다 태도로 안심을 주는 사람
이 역할을 담당하는 직업은 이름이 무엇이든 남는다.
그리고 그 이름이 바리스타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나는 20년 뒤에도
필요한 바리스타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마주하는 순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 다른 얼굴을 갖게 된다.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지금의 태도를 점검하게 만드는 기준이 된다.
56세의 나는, 현역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현역은 젊다는 뜻이 아니다.
빠르다는 뜻도 아니다.
현역이라는 것은 여전히 신뢰받고 있다는 뜻이다.
여전히 사람 앞에 서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뜻이다.
20년 뒤의 나는 지금처럼 많은 것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정확한 선택을 할 수는 있다.
지금처럼 말을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마디의 무게는 더 커질 수 있다.
그 정도면 현역이라고 불러도 충분하다.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바뀐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성격이 바뀐다.
처음에는 “나는 밀려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을까”
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이 변화는 희망이 생겼다는 뜻이 아니라,
기대를 가질 근거가 생겼다는 뜻이다.
기대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20년 뒤에도 나를 지켜줄 것은
유행을 잘 탄 경력이 아니다.
한두 번의 화려한 순간도 아니다.
대신 이런 것들이다.
익숙해졌을수록 기본을 지켰는지
사람 앞에서 가볍지 않으려 했는지
오늘의 일을 오늘로만 끝내지 않았는지
이 태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남긴다.
그래서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20년 뒤의 나는 완성된 사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너진 사람도 아닐 것이다.
조금 느리지만, 조금 덜 흔들리고,
조금 더 책임감 있게 사람 앞에 설 수 있는 사람.
그 정도의 기대라면 미래는 두려움만으로 남지 않는다.

이 질문을 붙들고 일한다는 것
앞으로 20년,
56세의 나에게 바리스타라는
이 일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이 질문에 지금 당장 답을 낼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선택한다면
막연함은 언젠가 이렇게 바뀔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 나이에도 괜찮을 것 같다.”
20년 뒤에도 남는 바리스타는
커피를 가장 잘 만든 사람이 아니라,
시간 앞에서도 태도를 지켜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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